처음 거래를 시작했을 때 나는 남의 셋업을 그대로 따라 했다. 지표도 똑같이 복사하고, 진입 타이밍도 똑같이 따라 했는데 결과는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 그건 내 셋업이 아니었으니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트레이딩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분석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정의해야 한다. 물론 지피지기 하더라도 트레이딩은 100%가 없다. 하지만 나를 정의하지 못한 채 매매하는 것과, 명확한 기준을 갖고 매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매매를 할 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있다. 기술적 분석, 리스크 매니지먼트, 매크로 시황, 경제 지표 —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내가 어떤 트레이더인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2년 반의 시간을 거치면서 내가 정의한 3가지를 공개한다.
📋목차
차트를 읽는 나만의 언어 — 타임프레임과 지표 설정
내가 사용하는 타임프레임은 딱 두 가지다. 1시간봉과 6분봉.
1시간봉에서 현재 추세 방향을 읽고, 6분봉에서 진입 타이밍을 잡는다. 포지션 정리도 대부분 6분봉에서 한다.
일봉 차트도 매일 확인하긴 한다. 하지만 일봉에서 기술적 분석을 하지는 않는다. 일봉 기준으로 포지션을 잡는다는 것은 스윙 트레이딩을 각오한다는 뜻이고, 스왑 비용 발생에 아시아·유럽·미국 3번의 장 분위기 변화를 모두 감내해야 한다. 그건 기관 투자자 급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개인 투자자라면 하루 안에 포지션을 정리하는 데이트레이딩 방식이 현실적으로 맞다.
그렇다면 왜 하필 1시간봉과 6분봉인가?
이유는 볼린저 밴드의 기본 설정값 때문이다. 볼린저 밴드는 존 볼린저가 만든 지표로, 20 이동평균선에 표준편차 2를 적용해 가격이 움직일 수 있는 범주를 확률적으로 시각화한다. 여기서 핵심은 20, 120, 240 이동평균선이 각 타임프레임에서 어떤 시간 단위를 의미하는지다.
| 이동평균 기간 | 6분봉 기준 | 1시간봉 기준 |
|---|---|---|
| 20기간 | 약 2시간 | 약 하루(20시간) |
| 120기간 | 약 반나절(12시간) | 약 1주일 |
| 240기간 | 약 하루(24시간) | 약 2주일 |
이렇게 해석하면 두 타임프레임이 서로 다른 시간 단위의 흐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조합이 된다. 6분봉에서 단기 흐름을 읽고, 1시간봉에서 그 흐름이 주간 추세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구조다.
보조 지표는 스토캐스틱 하나만 사용한다.
세팅값은 %K length 20 / %K smoothing 5 / %D smoothing 3이다. smoothing 값은 내가 이런저런 값들을 넣어보고 내가 한눈에 해석하기에 좋은 값으로 세팅했다. 가로선은 80, 60, 50, 40, 20 이렇게 세팅하여 80은 과매수, 20은 과매도 영역으로 보고 50은 중간값, 60은 매도 포지션 눌림 혹은 매수 포지션 정리 구간, 40은 매수 포지션 눌림 혹은 매도 포지션 정리 구간으로 해석한다.
스토캐스틱에서 80, 50, 20은 기본 세팅값인데 60, 40은 따로 추가해서 사용해야 하며 이렇게 세팅하고 차트를 돌려보면 왜 이렇게 세팅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리스크는 확률이 아니다 — 잃을 돈을 먼저 정하라
많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돈을 잃을 확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레이딩에서 리스크는 확률이 아니다. 지금 이 포지션에서 손절 시 내가 잃게 될 확정된 금액이다.
리스크를 계산한다는 것은 진입 가격부터 손절 가격까지의 거리를 숫자로 환산하는 것이고, 리스크를 매니지한다는 것은 그 손실이 내 증거금의 몇 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랏수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걸 정해두면 어떤 포지션이 손절나더라도 계좌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RR ratio에 대한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많은 강의에서 진입 전에 목표가를 먼저 정하고 RR ratio 1:2, 1:3을 맞춰서 들어가라고 한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가격이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리 목표가를 못 박는 것은 시장을 내 기준에 끼워 맞추는 행위다.
대신 나는 앞서 세팅한 스토캐스틱 기준으로 포지션을 정리한다.
- 매수 포지션이라면 → 스토캐스틱 60 도달 시 1차 정리, 혹은 80까지 끌고 가보기
- 매도 포지션이라면 → 스토캐스틱 40 도달 시 1차 정리, 혹은 20까지 끌고 가보기
이렇게 거래 통계가 쌓이면 평균 reward 값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RR ratio는 매매를 설계하는 입력값이 아니라, 매매를 돌아보는 결과값이다. 나의 경우 재미 삼아 계산해보면 1:1에 근접한 값이 나오기는 한다.
이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매매 기준으로 80% 이상의 승률이 나오고, 일부 포지션이 마이너스로 정리되어 승률이 깎이더라도 전체 기준으로는 90% 이상이다. 승률이 높으면 RR ratio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수익은 누적된다.
뉴스는 읽지 않는다 — 캔들만 읽는다
솔직히 말하면 매크로 시황과 경제 지표는 큰 방향성이 나오는 타이밍을 포착하는 용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제지표 수치가 예상보다 좋고 나쁜 것, 언론의 분위기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 이것과 실제 가격 움직임의 방향은 생각보다 무관한 경우가 많다. 지표가 좋게 나왔는데 하락하고, 나쁘게 나왔는데 상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그 이벤트에 어떻게 반응했는가이고, 그게 캔들에 고스란히 담긴다.
경제 지표 발표 이후 나는 딱 하나만 확인한다. 그 캔들이 양봉인가, 음봉인가, 도지인가.
- 양봉: 다음 이벤트 전까지 매수 방향 위주로 사고
- 음봉: 매도 방향 위주로 사고
- 도지(위아래 꼬리가 비슷): 다음 이벤트 전까지 방향성 없음, 횡보 매매로 대응
뉴스 헤드라인을 해석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실제로 가격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
셋업이란, 틀렸을 때 이유를 아는 것
나는 아직도 거래를 그르치는 날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 내 셋업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셋업을 정의한다는 것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마법이 아니다. 내가 왜 맞았는지, 왜 틀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다. 그 기준이 없으면 수익이 나도 이유를 모르고, 손실이 나도 이유를 모른다. 기준 없이 오래 버티는 것은 운에 기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 이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 MDD(Maximum Draw Down, 증거금 대비 최대 손실률)는 3%를 넘지 않았고 매달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전 2년간은 연간 누적 수익이 마이너스였다. 그때는 방법론이 뒤섞여 있었고, 나 자신을 정의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결과에 휘둘리던 시절이었다.
트레이딩에서 금전적인 수치는 앞으로도 많이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결과에 현혹되어 과정을 건너뛰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우려되고, 나 스스로도 타인의 평가에 흔들려 매매를 그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에서는 잘 버는 법보다 잘 하는 법에 집중하려 한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 차트를 보며 이 셋업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Dr. Edge의 더 많은 트레이딩 이야기 → [전체 금융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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