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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알면 시장이 보인다 — 2년 반이 걸려 완성한 트레이딩 셋업

    처음 거래를 시작했을 때 나는 남의 셋업을 그대로 따라 했다. 지표도 똑같이 복사하고, 진입 타이밍도 똑같이 따라 했는데 결과는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 그건 내 셋업이 아니었으니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트레이딩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분석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정의해야 한다. 물론 지피지기 하더라도 트레이딩은 100%가 없다. 하지만 나를 정의하지 못한 채 매매하는 것과, 명확한 기준을 갖고 매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매매를 할 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있다. 기술적 분석, 리스크 매니지먼트, 매크로 시황, 경제 지표 —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내가 어떤 트레이더인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2년 반의 시간을 거치면서 내가 정의한 3가지를 공개한다.

    차트를 읽는 나만의 언어 — 타임프레임과 지표 설정

    내가 사용하는 타임프레임은 딱 두 가지다. 1시간봉과 6분봉.
    1시간봉에서 현재 추세 방향을 읽고, 6분봉에서 진입 타이밍을 잡는다. 포지션 정리도 대부분 6분봉에서 한다.

    일봉 차트도 매일 확인하긴 한다. 하지만 일봉에서 기술적 분석을 하지는 않는다. 일봉 기준으로 포지션을 잡는다는 것은 스윙 트레이딩을 각오한다는 뜻이고, 스왑 비용 발생에 아시아·유럽·미국 3번의 장 분위기 변화를 모두 감내해야 한다. 그건 기관 투자자 급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개인 투자자라면 하루 안에 포지션을 정리하는 데이트레이딩 방식이 현실적으로 맞다.

    그렇다면 왜 하필 1시간봉과 6분봉인가?

    이유는 볼린저 밴드의 기본 설정값 때문이다. 볼린저 밴드는 존 볼린저가 만든 지표로, 20 이동평균선에 표준편차 2를 적용해 가격이 움직일 수 있는 범주를 확률적으로 시각화한다. 여기서 핵심은 20, 120, 240 이동평균선이 각 타임프레임에서 어떤 시간 단위를 의미하는지다.

    이동평균 기간6분봉 기준1시간봉 기준
    20기간약 2시간약 하루(20시간)
    120기간약 반나절(12시간)약 1주일
    240기간약 하루(24시간)약 2주일

    이렇게 해석하면 두 타임프레임이 서로 다른 시간 단위의 흐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조합이 된다. 6분봉에서 단기 흐름을 읽고, 1시간봉에서 그 흐름이 주간 추세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구조다.

    보조 지표는 스토캐스틱 하나만 사용한다.

    세팅값은 %K length 20 / %K smoothing 5 / %D smoothing 3이다. smoothing 값은 내가 이런저런 값들을 넣어보고 내가 한눈에 해석하기에 좋은 값으로 세팅했다. 가로선은 80, 60, 50, 40, 20 이렇게 세팅하여 80은 과매수, 20은 과매도 영역으로 보고 50은 중간값, 60은 매도 포지션 눌림 혹은 매수 포지션 정리 구간, 40은 매수 포지션 눌림 혹은 매도 포지션 정리 구간으로 해석한다.

    스토캐스틱에서 80, 50, 20은 기본 세팅값인데 60, 40은 따로 추가해서 사용해야 하며 이렇게 세팅하고 차트를 돌려보면 왜 이렇게 세팅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xauusd-6min-chart-setup
    xauusd-1hour-chart-setup

    리스크는 확률이 아니다 — 잃을 돈을 먼저 정하라

    많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돈을 잃을 확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레이딩에서 리스크는 확률이 아니다. 지금 이 포지션에서 손절 시 내가 잃게 될 확정된 금액이다.

    리스크를 계산한다는 것은 진입 가격부터 손절 가격까지의 거리를 숫자로 환산하는 것이고, 리스크를 매니지한다는 것은 그 손실이 내 증거금의 몇 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랏수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걸 정해두면 어떤 포지션이 손절나더라도 계좌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RR ratio에 대한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많은 강의에서 진입 전에 목표가를 먼저 정하고 RR ratio 1:2, 1:3을 맞춰서 들어가라고 한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가격이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리 목표가를 못 박는 것은 시장을 내 기준에 끼워 맞추는 행위다.

    대신 나는 앞서 세팅한 스토캐스틱 기준으로 포지션을 정리한다.

    • 매수 포지션이라면 → 스토캐스틱 60 도달 시 1차 정리, 혹은 80까지 끌고 가보기
    • 매도 포지션이라면 → 스토캐스틱 40 도달 시 1차 정리, 혹은 20까지 끌고 가보기

    이렇게 거래 통계가 쌓이면 평균 reward 값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RR ratio는 매매를 설계하는 입력값이 아니라, 매매를 돌아보는 결과값이다. 나의 경우 재미 삼아 계산해보면 1:1에 근접한 값이 나오기는 한다.

    이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매매 기준으로 80% 이상의 승률이 나오고, 일부 포지션이 마이너스로 정리되어 승률이 깎이더라도 전체 기준으로는 90% 이상이다. 승률이 높으면 RR ratio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수익은 누적된다.

    뉴스는 읽지 않는다 — 캔들만 읽는다

    솔직히 말하면 매크로 시황과 경제 지표는 큰 방향성이 나오는 타이밍을 포착하는 용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제지표 수치가 예상보다 좋고 나쁜 것, 언론의 분위기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 이것과 실제 가격 움직임의 방향은 생각보다 무관한 경우가 많다. 지표가 좋게 나왔는데 하락하고, 나쁘게 나왔는데 상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그 이벤트에 어떻게 반응했는가이고, 그게 캔들에 고스란히 담긴다.

    경제 지표 발표 이후 나는 딱 하나만 확인한다. 그 캔들이 양봉인가, 음봉인가, 도지인가.

    • 양봉: 다음 이벤트 전까지 매수 방향 위주로 사고
    • 음봉: 매도 방향 위주로 사고
    • 도지(위아래 꼬리가 비슷): 다음 이벤트 전까지 방향성 없음, 횡보 매매로 대응

    뉴스 헤드라인을 해석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실제로 가격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

    셋업이란, 틀렸을 때 이유를 아는 것

    나는 아직도 거래를 그르치는 날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 내 셋업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셋업을 정의한다는 것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마법이 아니다. 내가 왜 맞았는지, 왜 틀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다. 그 기준이 없으면 수익이 나도 이유를 모르고, 손실이 나도 이유를 모른다. 기준 없이 오래 버티는 것은 운에 기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 이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 MDD(Maximum Draw Down, 증거금 대비 최대 손실률)는 3%를 넘지 않았고 매달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전 2년간은 연간 누적 수익이 마이너스였다. 그때는 방법론이 뒤섞여 있었고, 나 자신을 정의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결과에 휘둘리던 시절이었다.

    트레이딩에서 금전적인 수치는 앞으로도 많이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결과에 현혹되어 과정을 건너뛰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우려되고, 나 스스로도 타인의 평가에 흔들려 매매를 그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에서는 잘 버는 법보다 잘 하는 법에 집중하려 한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 차트를 보며 이 셋업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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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뺑뺑이의 진짜 원인 — 구급차는 왜 병원을 못 찾을까?

    요즘 대한민국 언론에서 ‘응급실 뺑뺑이’ 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119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표현인데, 사실 실제로 구급차가 병원을 물리적으로 뱅글뱅글 도는 것은 아니다. 병원 선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대기하거나 이동을 최소화하며 전화로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로서, 그리고 직접 가족이 응급 상황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 현상이 왜 생기는지 내 생각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야간 응급실 앞에 대기 중인 119 구급차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응급실에는 모든 과 전문의가 항상 대기하고 있지 않다

    119를 통해 다양한 증상의 환자들이 응급실로 온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단독으로 진료가 마무리되는 환자들도 있지만, 타과 전문의의 협진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그 협진을 해줄 전문의가 야간이나 주말에 없는 병원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급이 되어야 야간·주말 당직 전문의가 편성되는데, 그마저도 각 과별로 1명이 당직하도록 스케줄을 짜는 것조차 버거운 곳이 많다. 설령 해당 과 전문의가 당직 중이더라도, 이미 다른 환자를 처치하고 있다면 새로 온 응급 환자는 대기를 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대한민국에 의사가 부족한 것 아닌가?”

    정확히 말하자면, 전체 의사 숫자는 부족하지 않다. 사는 동네를 한 번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유동인구가 있는 상권에서 의원의 수는 카페 수와 맞먹는다. 문제는 야간과 주말, 응급 상황에 현장으로 나와줄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두 가지 이유가 맞물려 있다.

    하나는 수가 문제다. 현행 건강보험 급여 수가로는 야간·주말 응급 진료를 책임질 인력을 고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사 고용은커녕 해당 시간대 의료보조 인력 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다른 하나는 사법 리스크다. 응급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이미 상태가 나빠진 사람을 받아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형사상 문제가 없더라도 민사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응급 질환을 자발적으로 맡겠다는 전문의가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의료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앞의 이야기가 인적 자원의 문제였다면, 이번엔 물적 자원 이야기다.

    지역별 구급차 수, 구급대원 수, 응급 병상 수, 의료 장비 수는 모두 정해져 있다.

    내 가족이 계단에서 크게 넘어진 적이 있다. 두피가 10cm 이상 열상을 입었고 소동맥 출혈이 있었으며, 외상 직후 거동이 되지 않아 신경학적 증상까지 동반된 상황이었다. 뇌출혈 가능성을 반드시 배제해야 하는 케이스였다. 나는 당연히 119를 불렀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현재 모든 대원이 출동 중이니 복귀할 때까지 대기해 달라” 는 말이었다. 약 20분 후에야 구급차가 연결됐고, 다행히 낮 시간대라 인근 대학병원에서 수용해 주었다.

    지역별 통계를 기반으로 구급 자원을 배치하겠지만, 사람 일이란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시적인 자원 부족은 어느 시스템에서도 피할 수 없다.

    병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당연히 배후 진료과가 풍부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선호한다. 하지만 병상 수는 고정되어 있고, 의료 인력도 한정되어 있다. 내가 수련받던 병원은 규모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상이 부족해 보호자 대기석, 심하면 복도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100% 해소는 불가능하다. 최소화하는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응급 증상의 기준을 좁혀야 한다

    현행 응급의료법상 응급 증상의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실제로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증상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시작점부터 과부하가 걸리도록 설계된 셈이다.

    내 생각에 진정한 응급 증상은 크게 세 범주다.

    • 신경학적 증상: 의식 저하, 마비, 경련,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
    • 심폐 증상: 흉통, 호흡곤란
    • 출혈: 내부 또는 외부의 과다 출혈

    이 증상들의 공통점은, 그 배경에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상 자체가 골든타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 증상들이 나타날 때 그 원인이 뇌졸중, 심근경색, 대동맥 파열, 뇌출혈처럼 치료 시작이 늦어질수록 비가역적인 손상이 빠르게 누적되는 질환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물론 같은 증상이라도 덜 위급한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리고 119를 부를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에, 일반인이 그 원인을 정확히 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증상들이 나타났을 때는 최악의 가능성을 먼저 가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맞다.

    반면 현행 법에 포함된 나머지 증상들 중 상당수는 응급실 방문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분 단위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쌓이는 성격의 증상들은 아니다.

    지역 내 병원별 당직 진료 과목을 분산·지정해야 한다

    이미 중증응급질환별 순환당직제라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방향성은 옳다. 하지만 자율 참여형이고, 대상 질환의 범위가 좁으며, 무엇보다 당직자가 해당 과 전문의이더라도 세부 분과가 맞지 않으면 실질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현실이 있다. 예컨대 흉부외과 당직의가 폐 전문이면 대동맥 수술을 하기 어렵고, 신경외과 당직의가 척추 전문이면 뇌출혈 수술이 쉽지 않다.

    수도권에는 대동맥 전문 흉부외과 전문의가 당직 체계를 갖추고 있는 병원들이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 매일 이 수준의 전문 인력과 수술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결국 방향은 하나다. 특정 초응급 질환만큼은 거점 병원이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시설·행정 지원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것. 사법 리스크 면제와 수가 삭감 문제 해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것 없이는 어떤 제도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마치며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나도 안다. 이상적인 응급 의료 체계가 갖춰지려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의료에 몸담고 있는 의사로서, 그리고 나 자신도 언젠가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바라는 것은 하나다.

    대한민국의 응급 진료 시스템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작동하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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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Edge는 의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겪은 이야기들을 계속 써 내려갑니다.

  • 의사가 보호자석에 앉던 날

    최근 장인어른이 흡인 폐렴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장인어른은 뇌경색과 파킨슨병을 오랫동안 앓아오신 탓에 거동이 전혀 불가능해 장애 1등급 판정을 받고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셨다. 그러던 중 발열과 호흡 곤란 증상이 생겨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게 된 것이다. 나는 퇴근길에 아내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지금 병원에 갈 수 있는 가족이 없으니 보호자로 먼저 가달라는 부탁이었다.

    대학병원 보호자가 지켜본 병상의 고령 환자

    의사라는 걸 밝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의사로서 병원에 보호자 자격으로 방문할 때마다 늘 고민이 생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상대 보호자가 동료 의사라는 걸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 역시 진료 중에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인임을 알게 되면 설명 수위를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할지 괜히 머뭇거리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일반 보호자인 척 조용히 있기로 했다.

    담당 의사가 치료 방향을 설명할 때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곁눈질로 모니터에 찍힌 활력징후와 엑스레이 영상을 슬쩍 훑으며 상태를 혼자 가늠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일반인에게 하듯 쉬운 말로 설명을 이어가자 속으로 ‘비밀 작전 순항 중’을 외치며, 치료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절대 복종에 가까운 순응도를 보였다.

    대학병원 입원 절차, 직접 겪어보니

    입원 수속을 밟으러 원무과에 가서는 낯선 장면을 마주쳤다. 이 병원은 응급실 비용을 먼저 결제한 후에야 입원 처리가 가능했다. 내가 일하는 병원은 퇴원 시 응급실 비용까지 한꺼번에 정산하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입원 동의서에 보호자 연대 보증 서명란이 있었는데, 막상 서명하려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간호간병통합 병실의 현실 — 의사가 몰랐던 것들

    병동에 올라가서도 낯선 경험은 계속됐다. 가족 관계와 비상 연락처를 꼼꼼히 파악하더니, 보호자가 상시 상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내가 일하는 병원의 간호간병통합 병실은 거동이 어려운 환자도 간호 인력이 비교적 잘 챙겨주는 편인데, 이곳은 달랐다. 간호사들은 의학적 처치에만 집중했고, 기저귀 교체나 경구약 복용 보조, 흡입기 사용 후 뒷정리 같은 일들은 고스란히 보호자의 몫이었다.

    욕창 예방을 위한 에어 매트리스도 보호자가 직접 의료기 상점에서 빌려와 간호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아 깔아야 했고, 체위 변경도 누가 알아서 챙겨주지 않았다. 의사로서 당연히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 믿었던 것들이 실제로는 방치된 영역이라는 사실을 보호자의 시선으로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비밀 작전 실패 — 보호자석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장인어른은 삼킴 장애로 인한 흡인 폐렴이었기에 비위관 삽관을 통해 식이를 공급하기로 했다. 인턴 선생님들이 술기를 시행하러 왔는데, 의사가 된 지 이제 두 달 남짓 된 신입의 서툰 손놀림을 보면서 나도 인턴 시절에 저랬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교수님 회진 때 드디어 정체가 탄로 난 것이다. 알고 보니 아내가 잠깐 병문안을 왔다가 내가 응급의학과 전문의라는 사실을 말하고 갔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간호사 앞에서 최대한 의학 용어를 자제하며 일반인 말투로 조심스럽게 처치를 부탁하고 있었는데, 병동 간호사들은 이미 다 알면서도 내가 애써 일반인인 척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것이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 — 교수님 회진에서 배운 것

    교수님은 내가 의사임을 아신 뒤에도 과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충분히 전문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그 배려가 괜히 뭉클하게 느껴졌다. 나도 진료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마주할 때 저런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의학적인 상태는 내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입원 기간은 어디까지나 최소치였고 교수님은 그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수적으로 말씀하셨다.

    요양원 vs 요양병원 — 가족의 현실적인 고민

    가족들의 가장 큰 걱정은 따로 있었다. 시립 요양원에 입소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장기 입원으로 퇴소 처리가 되면 요양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요양병원에 대한 내 인상은 좋지 않다. 예전에 잠시 일해본 경험에 비추어보면 환자를 사람으로 돌본다기보다 그저 처리해야 할 업무처럼 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족으로서는 그나마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요양원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은 의사의 판단이 아니라 순전히 가족의 마음이었다.

    보호자석에서 배운 것들

    입원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예후를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항생제 치료를 이어가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번 경험은 내게 분명한 무언가를 남겼다. 보호자의 자리에 앉아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가족이 느끼는 막막함, 상태가 나쁜 고령 환자를 곁에서 지켜보는 보호자의 불안과 피로가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장인어른이 하루빨리 회복하셔서 요양원에서 다시 편안한 일상을 보내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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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Edge는 의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겪은 이야기들을 계속 써 내려갑니다.

  • 자해에 관하여 — 응급실에서 마주한 이야기들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자해로 실려 오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정신과 병력이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아무런 병력 없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자해는 단순히 손목을 긋는 것만이 아니다. 약물 음독, 목맴, 추락까지 — 그 방식만큼이나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약물 음독 — 생각보다 훨씬 흔하고,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

    약물 음독 환자의 빈도는 열상 환자와 맞먹을 정도로 많다. 가장 흔한 것은 정신과 약물 과다 복용이다. 수면 성분이 포함된 약물 특성상 의식 저하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정신과 약물이 아닌 경우다. 고혈압약이나 당뇨약 음독은 언뜻 덜 위험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위험한 상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농약이나 락스 같은 화학물질을 음독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기 손상의 범위와 속도가 전혀 다르다.

    약물 음독 치료의 핵심은 해독제인데, 특정 약물에 명확한 해독제가 존재하는 경우는 오히려 소수다. 대부분은 증상에 맞춰 하나씩 대응하는 대증 치료에 의존한다. 활력징후가 불안정하거나 장기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엔 혈액 투석까지 시행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열상 —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자해성 열상은 대개 손목이나 상완을 칼로 그어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먹으로 유리창을 깨다 다쳐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얕은 표피나 피하지방 손상이라면 응급실에서 봉합 처치로 마무리되지만, 문제는 상지 구조물의 해부학적 특성이다. 힘줄, 혈관, 신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얕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단순해 보이는 열상이 수술이 필요한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목맴 — 발이 닿았는지 아닌지가 가른다

    목맴 환자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발이 땅에서 완전히 떨어진 채였는지, 아니면 땅에 닿아 체중이 일부 분산된 상태였는지다. 같은 목맴이라도 이 차이 하나가 예후를 크게 바꾼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견까지의 시간이다. 뇌세포는 산소가 끊기면 수 분 안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일찍 구조된 경우라면 회복의 여지가 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 뇌 손상이 진행되었거나 심정지 상태로 내원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폐소생 후 활력징후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하더라도, 의미 있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 즉 심각한 장애나 영구적인 침상 생활이 최선의 결과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짐은 고스란히 가족에게로 넘어간다.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추락 — 소생보다 확인이 먼저인 경우

    자해성 추락은 대부분 매우 높은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정지 상태로 내원했을 때 처음부터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외상이 거의 없어 보여 소생술을 시작하더라도, 이후 영상 검사에서 뇌출혈이나 골반 골절로 인한 과다 출혈이 확인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나마 회복의 여지가 남아있는 경우를 꼽자면 강물이나 물 위로 추락한 경우 정도다. 충격 에너지가 일부 분산되기 때문이다.

    추락으로 소생이 이루어지더라도 심각한 장애가 남는 경우가 많아, 목맴과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오랜 기간 큰 부담을 남긴다.

    의사도 사람이다

    자해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의사로서도 감정적 소모가 크고, 업무적으로도 손이 많이 간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나 역시 처음에는 자해 환자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핸들링이 가능한 수준이 됐지만, 그게 단순히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하나씩 쌓아온 경험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변화가 있다면, 처음에는 자해의 결과만 확인하고 치료 혹은 타과 협진으로 넘겼다면, 지금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를 조심스럽게 물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짧은 조언을 건넬 여유도 조금은 생겼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물음 하나가 환자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믿는다.

    홀로 창문에 기댄 사람 — 자해의 이면에 있는 감정적 고통

    그렇다면 왜 자해를 하는 걸까?

    대화가 가능한 환자에게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어보면, 가장 많은 답은 이것이다. “그냥 그 순간에 너무 힘들어서.” 순간적인 감정 폭발로 충동적으로 자해를 한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어차피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즉 상황의 절망감이다.

    전자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 의학적 회복과 함께 나쁜 감정이 가라앉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후자는 다르다. 몸은 낫더라도 삶의 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영역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의료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적, 복지적 지원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 연결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안타깝지만, 그 간극 앞에서 의사도 무력함을 느낀다.

    마치며 — 예방할 수 있는 죽음

    대한민국에서 10~2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2위가 교통사고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연령대의 사망 원인 3위 안에 자살이 들어간다.

    의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해와 자살은 사회적, 가정적 관심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한 죽음이다.

    인구 고령화 문제로 출산 장려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태어난 아이들이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면 그 빈자리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공백을 남긴다. 다음 세대를 이어갈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자해 환자를 볼 때마다, 의사로서의 무력감과 함께 이 생각이 반복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주변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참고문헌

    – 통계청, 「2024년 사망원인통계」, 2025.

    – WHO, “Suicide Fact Sheet”, Marc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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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Edge는 의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겪은 이야기들을 계속 써 내려갑니다.

  • 내가 CFD로 XAUUSD 금 선물 거래를 하는 이유 — 2년 반의 기록

    1,000달러가 5,000달러가 된 날이 있었다. 단 3번의 거래 만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증거금은 0원이 되었다.

    이게 내가 선물 거래를 시작한 이야기의 요약이다.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의 거래 방식을 만들었고, 지금은 하루 1% 수익을 목표로 XAUUSD 한 종목만을 꾸준히 거래하고 있다. 선물 거래를 시작한 지 어언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 과정을 처음부터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

    시작은 책이었다 — 하지만 책만으로는 부족했다

    사회에 나와 일하면서 빚을 정리하다 보니, 몇 년 안에 빚이 다 갚아지겠다는 계산이 섰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졌다. “여유 자금을 그냥 놔두면 아깝지 않나?”

    당시 내가 아는 투자 방법은 주식이 전부였다. 워렌 버핏 이름 정도는 알았지만,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래서 나름대로 공부를 시작했다 — 책으로.

    마크 미너비니, 래리 윌리엄스 같은 실전 고수들의 돌파매매·추세추종 전략을 접했고,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같은 지루하지만 고전적인 책도 읽었다. 하워드 막스의 채권 투자 이야기도 훑었다. 몇 달을 투자해서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책들이 나에게 준 것은 “이런 세계가 있구나” 하는 막연한 감흥이었지, 실제로 투자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몇 달이 걸렸다.

    리처드 데니스, 터틀 트레이딩, 그리고 유튜브의 함정

    유튜브를 뒤지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리처드 데니스라는 트레이더가 일반인들을 모집해 체계적인 규칙 기반 매매를 가르쳤고, 그 중 일부가 실제로 성공한 트레이더가 됐다는 이야기 — 이른바 터틀 트레이딩이다. 나 같은 일반인도 제대로 배우면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책을 사서 읽고, 관련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튜브는 대부분 유료 강의로 연결되는 미끼 영상들이 넘쳤다. 그나마 키움증권의 실전 투자 고수 인터뷰들이 좀 더 실용적이었지만, 그것도 결국 내가 직접 거래를 시작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유튜버가 눈에 들어왔다. 해외 CFD를 통해 실전 매매하는 방법을 리처드 데니스처럼 무료로 알려주겠다는 채널이었다. 반신반의했지만, 무료 강의를 들으며 그가 추천하는 해외 CFD 증권사에 가입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실전 거래를 시작했다.

    초심자의 행운 — 그리고 증거금 0원

    1,000달러를 넣었다. 그리고 3번의 거래 만에 5,000달러가 됐다.

    ‘이거… 나 소질 있는 건가?’

    지금 돌아보면 소질이 있었던 게 아니라, 말도 안 되게 큰 비중으로 전체 증거금을 한꺼번에 투여했고, 방향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추세추종 전략과 방향이 맞아서 생긴 결과였지, 실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나에게 잘못된 확신을 심어줬다. 이익금을 출금하지 않고 복리로 불리면 워렌 버핏처럼 될 수 있겠다는 환상. 몇 번 방향을 맞추다 보면 “내 판단이 맞다”는 이상한 확신. 결국에는 시장이 내 생각과 반대로 가는데도 “곧 돌아올 거야”라며 버티는 최악의 습관이 자리 잡았다.

    결말은 증거금 0원이었다.

    선물 거래에서 계좌를 날리는 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리스크 관리와 심리가 기술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유튜버의 함정 — 수수료 레퍼럴의 진실

    계좌를 날린 후에도 거래를 계속하면서, AI를 활용해 내 거래 방식을 분석하고 트레이딩뷰 파인스크립트 코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불편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그 유튜버가 추천했던 CFD 증권사의 수수료가 업계 평균의 2.5배였다. 일반적으로 1랏당 6달러 수준인데, 그 증권사는 15달러를 받고 있었다. 유튜버는 “그깟 수수료 몇 푼에 아쉬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건 사실 수수료 레퍼럴 수익을 취하는 교묘한 구조였다. 무료 강의로 유인하고, 수수료가 비싼 증권사에 가입시켜 구독자가 거래할 때마다 수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무료 강의에는 항상 그 비용을 누가 내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후로는 직접 여러 CFD 증권사들을 테스트했다. 스프레드, 수수료, 서버 안정성, 출금 편의성까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Vantage에 정착했다.

    왜 XAUUSD인가 — 골드 선물에 집중하는 이유

    초기에는 나스닥100, EURUSD, USDJPY, US OIL 등 다양한 종목을 거래해봤다. 하지만 선물 거래는 종목마다 포인트 계산, 랏수, 손익 구조가 다 달라서 여러 종목을 동시에 관리하다 보면 실수가 생긴다. 결국 한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종목으로 XAUUSD(골드)를 선택했다.

    XAUUSD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① 하루 3번의 기회

    골드는 아시아, 유럽, 미국 시장 모두에서 활발하게 거래된다. 다른 종목들이 특정 세션에 집중되는 반면, 골드는 하루 종일 거래가 활발하다. 이론상 다른 종목보다 3배 많은 기회가 생긴다.

    ② 시장 조작이 불가능한 규모

    금 선물 시장은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 중 하나다. 국내 주식처럼 작전 세력이 움직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기술적 분석이 비교적 잘 통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③ 직관적인 손익 계산

    0.01랏당 1달러. 이 단순함이 거래 집중력을 높여준다. Vantage 기준으로 0.01랏당 수수료는 0.06달러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현재의 거래 방식 — 하루 1%라는 목표의 의미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는 1,000달러당 0.01랏 규모로 거래했다. 지금은 골드 가격이 올라간 만큼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조정해 2,000달러당 0.01랏 규모로 거래하고 있다. 내가 처음 거래를 시작했던 2023년 말 골드 가격은 2,000달러 이하였는데, 지금은 4,000달러대를 오가고 있으니 시장 자체가 많이 변했다.

    목표 수익률은 하루 1%다. 다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반드시 1%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다. 현재 거래 규모와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달성 가능한 수준이 1% 근처이고, 그보다 적을 때도, 더 많을 때도 있다. 거래를 아예 못 하는 날도 있지만, 그날에 아쉬워하지 않는다. 시장은 내일도 열려있고, 기회가 오면 그때 거래하면 된다.

    처음에 증거금을 날렸던 시절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기술보다 심리에 있다. 내가 틀렸을 때 인정하고, 욕심을 내려놓고, 오늘 안되면 내일 하면 된다는 마음. 그게 2년 반이 걸려서 배운 것들이다.

    XAUUSD 1시간봉 차트 — Vantage CFD 실전 거래 화면

    거래 관련 궁금한 점이 있거나, Vantage 증권사 가입 및 사용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수요가 있으면 다음 글에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 Dr. Edge의 더 많은 트레이딩 이야기 → [전체 금융 글 보기]

  • 난임 시술부터 고환 채취까지 — 환자가 된 응급의학과 의사의 이야기

    생식에 관해 나는 환자로서 꽤 많은 경험을 한 편이다.

    첫 쌍둥이 딸들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얻었고, 그 후 다사다난한 육아와 결혼 생활을 거치며 정관을 자르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막내 아들 있으면 얼마나 귀엽겠어”라는 꼬드김에 결국 고환 조직 채취까지 감행하여, 또다시 시험관 시술을 통해 귀여운 막내 아들을 얻었다.

    시험관 시술과 고환 조직 채취 후 태어난 막내 아들 — 정관절제술 후 두 번째 시험관 시술로 얻은 아이

    시험관 시술 — 자존심보다 아이가 먼저

    요즘 결혼 트렌드를 보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안정된 상황에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첫 아이를 갖는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그만큼 생식 의학의 도움을 받는 부부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내 경우는 결혼 후 1년 정도 자연 임신이 되지 않자, 첫 아이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곧바로 의학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남자로서 자연 임신을 못 시켰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를 갖는 일 앞에서 내 자존심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시험관 시술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먼저 부부가 각자 생식 관련 몸 상태를 평가받는다. 공통적으로 피 검사를 통해 호르몬 관련 수치를 확인하고, 여성은 생식 기관의 구조적 문제를 평가하며, 남성은 정액 검사를 통해 정자 상태를 확인한다.

    정액 채취 과정이 남자에게는 꽤 민망하다. 어두운 방에 푹신한 1인용 소파가 놓여 있고, 작은 TV에서 성인 영상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샘플을 셀프 채취해야 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게 된다.

    여성의 경우는 호르몬제 복용으로 배란 타이밍을 조정한 뒤, 과배란 주사를 스스로 투약하며 난자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병원에서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OHSS(난소 과자극 증후군)로 고생하는 경우도 생기고, 굵은 주사바늘을 사용하는 난자 채취 자체도 상당히 아프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묵묵히 감내하는 아내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난자와 정자를 제공하면, 시험관에서 상태 좋은 난자와 정자를 만나게 하고, 그 중 좋은 수정란을 골라 급속 냉각시켜 보관한다. 이 과정에서 산부인과 의사뿐 아니라 배아를 다루는 테크니션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나는 처음엔 집 근처 로컬 난임의원에서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아 서울역 차병원으로 옮겼고, 이후 바로 임신에 성공했다.

    정관절제술 — 숙련된 의사를 찾아 비뇨기과를 순례하다

    정관절제술을 결심하고 나니, 어릴 때 포경수술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며 이유 없이 꺼려지는 마음이 들었다.

    수술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다. 양쪽 정관 근처 음낭에 국소마취를 충분히 한 뒤, 음낭 중앙에 작은 절개를 넣고 양쪽 정관을 전기소작술로 지져서 끊어준다. 절개 부위를 한 땀 봉합하면 끝이다. 다른 과의 수술이라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복잡한 과정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걱정이 하나 있었다. ‘정관 자를 때 근처 혈관이 함께 손상되면 어떡하지?’

    환자 입장이 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숙련된 의사에게 받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집 근처 비뇨기과 여러 곳을 돌며 상담을 받기로 했다. 진료 전 오해를 방지하고자 내가 응급의학과 전문의임을 먼저 밝히고, 걱정되는 부분을 솔직하게 말한 뒤 적절한 답변을 듣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나도 경험이 많지 않아서 솔직히 두렵다”고 털어놓는 분도 있었고, 대뜸 화를 내며 나가라는 분도 있었다. 그리고 내 궁금증을 차분하게 풀어주신 분도 있었다. 나는 당연히 마지막 분에게 수술을 받았고, 결과도 깔끔했다. 이 과정에서 의외로 상식 밖의 의사들이 개원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고환 조직 채취 — 아내의 꼬드김에 또 한 번

    인위적으로 불임 상태가 된 뒤, 아내의 “막내 아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외부로 정자를 빼내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차병원을 찾았다. 오랜만에 방문한 병원에서 눈에 띈 변화가 있었다. 외국인 부부들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난임 시술은 비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비해 가격이 현저히 낮다 보니,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글로벌하게 퍼진 것으로 보였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정관복원술과 고환 조직 채취술. 정관복원술은 불임 수술 후 5년 이내에 해야 성공률이 높고, 여러 번의 임신을 원할 때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불임 상태를 유지하면서 1회성으로 임신을 시도할 거라면 고환 조직 채취술이 적합하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방법은 정관수술 때와 같았다. 국소마취 후, 상태가 좋은 쪽 고환에서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이었다. 성인이 되어 비슷한 경험을 한 번 했던 덕분인지, 어릴 때 포경수술이 남긴 공포감은 생각보다 많이 사라져 있었다. 아내는 이번에도 과배란 유도와 난자 채취라는 고된 과정을 다시 감내해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는 아이의 성별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막내 아들”을 바라며 시작한 시험관 시술이었지만, 아들일지 딸일지는 착상이 될 때까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아들이 착상되어, 이렇게 딸과 아들을 모두 곁에 두는 행운을 얻었다.

    마치며 — 삶의 끝과 시작 사이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나는 직업상 삶의 끝자락에 놓인 환자들을 가장 많이 마주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실려 오는 사람들, 그 곁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가족들. 그것이 내 일상이다.

    그런데 환자로서의 나는, 삶의 시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난임 클리닉의 조용한 복도, 배아를 다루는 테크니션의 조심스러운 손길, 임신 성공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짧은 정적. 나는 그 모든 순간을 의사가 아닌 한 명의 아버지로서 겪었다.

    의사도 환자가 된다. 진료실 건너편에 앉아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설명 한 마디의 무게, 의사의 표정 하나가 환자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정관수술을 앞두고 비뇨기과를 순례하던 그 경험은, 환자가 왜 “설명해주는 의사”를 찾는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삶의 끝과 시작 사이. 나는 오늘도 그 양쪽을 오가며 산다. 조금 색다른 위치에서, 의학을 바라보고 있다.

    📚 참고문헌

    – Jang YJ, et al. “Clinical Predictors of Successful Pregnancy After In Vitro Fertilization: A Systematic Review.” PMC / NIH. 2026.

    – Vollweiter D, et al. “Vasectomy reversal or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Urologe. 2024.

    – Shen Y, et al. “Microdissection testicular sperm extraction outcomes in post-orchidopexy azoospermi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MC / NIH. 2024.

    📌 Dr. Edge의 더 많은 의학 이야기 → 전체 의학 글 보기

    Dr. Edge는 의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겪은 이야기들을 계속 써 내려갑니다.

  • 의사인 제가 마운자로 6개월 직접 맞아봤습니다. — 12kg 감량의 현실

    이 글의 핵심

    마운자로 후기를 찾고 있다면, 광고보다 이 글이 더 현실적입니다. 의사가 직접 6개월 맞으며 기록한 체중 변화, 부작용, 그리고 중단까지의 과정입니다.

    – 108kg → 96kg, 6개월간 12kg 감량
    – 트림, 오심, 들쭉날쭉한 식욕 — 부작용 솔직 공개
    – 누구에게 권하고, 누구에게 권하지 않는가

    왜 의사인 제가 직접 맞게 됐나

    응급의학과 의사로 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고, 야간 근무 중 극심한 스트레스로 폭식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학생 때는 축구, 수영, 자전거를 즐기며 체중을 잘 유지했지만, 전공의 시절을 겪으면서 운동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사라졌습니다. 만성 수면 부족 속에서 체중은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늘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상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 체중 관리는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식이 조절도 해보고, 틈틈이 운동도 해봤지만 교대 근무 특성상 루틴이 흔들리는 순간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결국 BMI 30을 넘어섰고, 오래된 허리디스크까지 악화되면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일상이 됐습니다. 그즈음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됐고, 이전에 삭센다를 써봤지만 별 효과를 못 봤던 경험이 있었기에 — 환자에게 권하기 전에 제가 먼저 맞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운자로란 무엇인가 — 의학적 기전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위고비, 삭센다)와 달리, GIP와 GLP-1 두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입니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은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추며, 뇌의 포만 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합니다.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 는 인슐린 분비를 돕는 동시에 뇌의 보상 회로에 작용해 음식에 대한 욕구 자체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두 수용체를 함께 자극하기 때문에 GLP-1 단독 작용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큽니다. SURMOUNT-1 임상시험에서는 72주간 평균 체중의 약 20% 이상이 감량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효과를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6개월 체중 변화 타임라인

    시작 체중은 108kg이었습니다.

    마운자로 6개월 체중변화 그래프 — 108kg에서 96kg으로 12kg 감량한 실제 후기

    1개월차 (2.5mg) — -2kg → 106kg

    2.5mg은 효과가 아닌 적응을 위한 용량입니다. 식욕이 조금 줄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고, 몸이 약에 익숙해지는 단계라고 받아들였습니다.

    2~3개월차 (5mg) — -8kg → 98kg

    5mg으로 증량하면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주 약 1kg씩 빠지는 게 체감됐습니다. 이 시기가 마운자로 효과를 가장 뚜렷하게 느낀 구간입니다. 식사량이 자연스럽게 줄었고,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손이 가던 야식과 간식을 참을 수 있게 됐습니다.

    4~6개월차 (5mg) — -2kg → 96kg

    감량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한 달에 0.5~1kg 정도씩 서서히 빠지는 정체기에 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실망스러웠지만, 이는 예측 가능한 결과입니다. 체중이 줄면 기초대사량도 함께 낮아지고, 신체는 새로운 체중에 맞춰 항상성을 유지하려 합니다. 정체기는 실패가 아닙니다. 몸이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솔직한 부작용 경험

    긍정적인 이야기만 쓰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겪은 부작용을 그대로 써보겠습니다.

    첫째, 트림이 자주 납니다.

    마운자로는 위 배출 속도를 늦추고, 이 과정에서 위장 내 가스가 쌓이면서 트림이 잦아집니다. 크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진료 중에 나왔을 때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졌습니다.

    둘째, 조금이라도 과식하면 오심이 옵니다.

    이전에는 배가 불러도 더 먹을 수 있었지만, 마운자로 투여 후에는 적정량을 넘기는 순간 바로 오심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오히려 과식을 방지하는 자동 브레이크가 됐습니다. 위가 보내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지 않게 됐습니다.

    셋째, 식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많은 후기에서 “식욕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나 야간 근무 후에는 식욕이 오히려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GIP의 뇌 보상 회로 조절 효과가 수면 부족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마운자로는 식욕을 억제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의사로서의 평가 — 누구에게 권하는가

    이런 분께 권합니다:

    • 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 식이 조절과 운동을 꾸준히 시도했지만 체중 감량이 되지 않는 경우
    • 비만으로 인한 관절 문제,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 경우

    이런 분께는 신중히 권합니다:

    •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경우
    • 본인 또는 가족력에 갑상선 수질암, 다발성 내분비 종양이 있는 경우
    • 췌장염 과거력이 있는 경우
    • 정상 체중에서 미용 목적으로만 감량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온라인 비대면 처방이 남용되는 현실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조절해줄 의사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시작이 중요한 이유 — 그리고 이제 중단을 준비합니다

    6개월 동안 12kg이 빠졌습니다. 숫자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완벽한 식단을 지키지도 못했고, 부작용도 있었고, 정체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만성 질환이라는 사실입니다. 마운자로는 그 치료를 돕는 도구입니다. 약만 믿고 식이와 운동을 포기하면 효과는 반감됩니다.

    이제 6개월 투여를 마쳤고, 효과가 미미해진 지금 중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5mg으로 감량해 약 4주간 테이퍼링 기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약리학적으로는 마운자로의 반감기가 5일(120시간)이고, 체내에서 완전히 소실되는 데 약 30일이 걸리기 때문에 5mg을 갑자기 중단해도 “자동 테이퍼링(auto tapering)” 효과가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약리학적 이유에서라기보다 심리적·행동적 준비 때문입니다. 야간 근무 패턴이 갑자기 바뀔 때 생활 리듬이 무너지듯, 약을 갑자기 끊으면 그동안 서서히 자리잡은 식습관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작별 인사를 건네며 몸과 마음이 함께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리바운드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SURMOUNT-4 임상시험에서 티르제파타이드 중단 후 1년 내 감량분의 2/3이 돌아왔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약물이 아닌 습관이 남아야 합니다.

    달라진 식습관과 함께, 운동도 현실적인 방법으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아직 부족한 응급의학과 교대 근무자로서 헬스장에서 1시간씩 운동하는 건 솔직히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에어바이크 타바타 인터벌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20초 전력 질주 → 10초 휴식, 이것을 8세트 반복합니다. 총 운동 시간은 4분, 준비 운동과 마무리를 포함해도 15분이면 끝납니다. 이 프로토콜은 1990년대 이즈미 타바타 박사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연구에서 발표한 방식으로, 짧은 시간 안에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운동 후에도 수 시간 동안 기초대사량이 올라가는 EPOC(운동 후 초과 산소 소비) 효과가 있어, 시간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운동 방식 중 하나입니다. 주 3회, 이것으로 버텨볼 생각입니다.

    4분짜리 운동이지만 — 에어바이크를 전력으로 밟아본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마냥 쉽지 않습니다.

    중단 후기도 솔직하게 기록해서 이어 올리겠습니다.

    📚 참고문헌
    – Jastreboff AM, et al. “Tirzepatide Once Weekly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NEJM. 2022.
    – Aronne LJ, et al. “Continued Treatment With Tirzepatide for Maintenance of Weight Reduction.” JAMA. 2024. (SURMOUNT-4)
    – Kim KK, et al. “Evaluation and Treatment of Obesity and Its Comorbidities: 2022 Update of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Obesity by the Korean Society for the Study of Obesity.” J Obes Metab Synd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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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Edge는 의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겪은 이야기들을 계속 써 내려갑니다.

  • 의사인 저도 약 챙겨 먹기 힘듭니다. — 환자순응도의 현실

    이 글의 핵심

    환자순응도는 의사인 저도 어려워하는 문제입니다. 낮은 순응도는 응급실 직행 원인입니다.
    – 의사도 약 챙겨 먹기 어렵습니다.
    – 환자순응도가 낮으면 응급실에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 완벽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버지의 “그냥” 한 마디

    블로그를 시작하고 의학 주제로 첫 글을 응급의학과 의사답게
    흉통이나 무시무시한 응급 질환으로 시작하고 싶었으나, 최근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 더 현실감 있고 내용도
    알차게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첫 주제로 환자순응도를 골랐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손가락을 다치셔서
    응급실에서 봉합을 받으셨습니다. 봉합 후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으셨는데, 아들인 저에게 약 먹기 싫다며 안 먹으면 안 되냐고
    물으시더군요.

    저는 당연히 감염 예방을 위해 복용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으나,
    아버지는 그냥 먹기 싫다며 고집을 부리셨습니다. 도대체 왜
    먹기 싫으시냐고 여쭤보니 돌아온 대답은 딱 한 마디, “그냥.”

    아버지이시니 한 번 더 꾹 참고 “상처가 잘 낫도록 약을 드셔야
    하니, 싫으셔도 드세요” 하고 설득해서 겨우 복용시켰습니다.
    만약 제가 진료하는 환자분이 이런 상황이었다면, 한두 번
    설득해보겠지만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으면 “알아서 하세요”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약 복용을 거부하는 환자순응도 문제를 보여주는 알약 이미지

    의사인 저도 약을 잊습니다.

    사실 여기서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도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
    약들이 있는데 꼬박꼬박 제때 챙겨 먹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특성상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밤낮이 뒤바뀌고,
    만성 수면 부족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로 단기 기억이 쉽게 날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아침약을 먹었는지 저녁약을 먹었는지 헷갈려서 쓰레기통의
    약봉지를 다시 찾아본 적도 있고, 비타민은 먹었는지 헷갈려서
    한 알을 더 복용한 적도 있습니다.
    의사인 저도 이런데, 환자분들은 오죽할까요?

    응급실에서 본 환자순응도의 현실

    응급실에 오는 환자분들은 다양하지만, 약물 복용·외래 경과 관찰·
    생활 습관 교정 등 환자순응도가 낮아서 발생한 상황으로 오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데,
    “약을 오래 먹으면 안 좋을 것 같아서”, “혈압·혈당이 괜찮아져서
    약을 끊어도 되는 줄 알았다”, “바빠서 외래를 한 번 놓쳤더니
    그냥 안 먹게 됐다” 등의 이유로 복용을 중단한 뒤 수축기 혈압이
    200mmHg 이상, 혈당이 500mg/dL 이상으로 응급실을 찾으시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고혈압 관리를 소홀히 하면 뇌출혈이나 대동맥박리 같은 위험한
    응급 질환이 생길 수 있고, 당뇨 관리를 하지 않으면 당뇨병성
    케톤산증, 무통성 심근경색, 급성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열상이나 화상 같은 외상의 경우, 피부의 보호 기능이 손상되어
    감염에 취약한 상태인데도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거나 드레싱 교체 및
    외래 추적 관찰을 하지 않아 감염이 악화되어, 통원 치료로 나을
    것을 입원 치료까지 이어지는 상황도 종종 있습니다.

    왜 환자들은 약을 안 먹을까요?

    그렇다면 왜 환자들은 약을 안 먹고, 병원에 오지 않는 걸까요?
    제가 응급실에서 직접 들어온 이유들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입니다.
    증상이 없으면 병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증상이 없어도
    혈관은 조용히 망가지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요즘 혈압이 괜찮던데요”인데, 그 말씀을 하시는 분의
    혈압이 200mmHg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둘째, “약을 오래 먹으면 몸에 안 좋을 것 같아서”라는 오해입니다.
    물론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임의로 끊었을 때 생기는 결과가 약의 부작용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뇌출혈, 대동맥박리, 당뇨병성 케톤산증 —
    이것들은 응급실에서 가장 긴박하게 다루는 질환들입니다.

    셋째, 단순히 바쁜 일상 때문입니다.
    저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사실 이게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약 먹는 게 귀찮고, 외래 예약 잡는 게 번거롭고, 한 번 놓치니
    그냥 포기하게 됩니다. 이걸 게으름이라고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약을 먹기 싫은 마음, 병원 가기 귀찮은 마음 —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그 귀찮음을 미루다가 결국 훨씬
    더 힘든 상황으로 오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뇌출혈로 편마비가 오신 분, DKA로 중환자실에 가신 분,
    손가락 감염이 손 전체로 퍼져 입원하신 분.

    모두 처음엔 작은 것 하나를 지키지 않아서 시작된 경우였습니다.

    완벽하게 챙기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말아 주세요.

    저도 오늘 약 챙겨 먹겠습니다. 😊

    📚 References
    – Vrijens B, et al. “A new taxonomy for describing and defining adherence to medications.” Br J Clin Pharmacol. 2012.
    – 대한고혈압학회. « 2024 고혈압 FACTSHEET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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